부활 카드에 상호대사가 없는 것을 보고 날조설정.
소년은 기어이 인과의 앞에 서 있었다.
흩어진 기억을 대체할 파편들을 모아 얼추 끼워 맞추자 톱니바퀴는 돌아갔다. 소년은 그리하여 다시금 지독한 인과의 앞에 섰다. 어디를 멈춰야 할까. 소년은 찬찬히 인과를 살폈다.소년이 찾아낸 환상의 끝에는 남자가 있었다. 이제야 익숙해진 금발과 믿음직스러운 체구의 남자는 그 속에서도 호쾌하게 웃고 있었다.제드는 현세에 있는 그 어떤 칼날보다 날카로운 인과의 첨단에 손을 건네었다. 빛이 거품처럼 사라졌다. 후회는 없었다.딱 한가지 실은 끊겼지만 남자를 얽고 있는 실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남자는 쓰러질 이유가 없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조금이라도 휘청거려 주었으면 했건만 오래된 고목마냥 꿈쩍도 하지 않았다.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까지는 사적인 거니 끼어들지 않았으면 했는데 목소리의 주인은 안타깝게도 배려심이 없었다."누가 헤어지는 거래."제드는 그다지 심술이 나지도 그 배려없음에 짜증이 나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기다렸다는 듯이 소녀의 목소리에 답했다."아벨은 내가 위험할 때 나타나서 도와주는 멋진 역할이라고."제드는 자신의 입으로 말했음에도 부끄러웠는지 의도적으로 눈을 깜빡거렸다. 볼이 화끈 거리기 시작했다. 알았다고 하며 여기는 잠시 감상에 젖도록 혼자 내버려두었으면 했지만 오늘따라 목소리는 수다스러웠다. 이러한 탓에 다음 이어지는 말은 다소 신경질적이다."아벨은 그런 사람이야! 생판 모르는 사람도 도와준다고."석연찮았다."정정! 정정. 이건 아닌 거같아. 그러 낯간지러운 남자는 아니야. 나라면 생판 모르는 나라도 도와주는 사람이야.""몇 번이고 내 눈으로 봤고.""내 히든카드 같은거야."제드는 언젠가와 마찬가지로 문 앞에 섰다. 문을 열어 젖히자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도 차가운 바닥마저도 익숙한 곰팡내 나는 미리가디아의 골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