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자크는 노크 없이 멋대로 들어온 사람을 나무라지 않았다. 그저 닦고 있던 총을 바라보았다.
“그러네요.”
아이자크는 침대 위에 잡다한 것들은 올려놓았다. 그 중에는 여기 성유계에 와서 생긴 자잘한 추억이 담긴 물건들도 있었다. 한 쪽에 짐이 있었으므로 저것들은 버리고 가는 것이구나, 프리드리히는 그렇게 생각했다.
“역시 그 녀석을 따라갈 거냐?”
언제나처럼. 프리드리히는 애틋하게 제자를 쳐다보았다.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듯이 총구를 만지던 아이자크의 손이 멈췄다.
“아니오.”
프리드리히에게 있어서 그 대답은 너무나도 궤도를 벗어난 의외의 대답이었다. 신선하고 그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다. 아이자크의 목소리가 낮고 담담했기 때문에 결코 농담도 가벼운 결의도 아니라는 것도 포함해서.
“솔직히 그 녀석이 뭘 할지는 충분히 예상가요.”
그런 관계였으니까요.
“그런 에바에게 제가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말이죠. 특히 뒤에서는. 그러니까…….”
살아가는 동안 계속 에바리스트에게 의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도 인정했다. 그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이 갑작스레 찾아오기 전까지.
“변하지 않는 녀석을 위해서 제가 실컷 변할 겁니다.”
녀석의 굳어버린 머리로는 예상치 못한 변화를. 아이자크는 그리 웃으며 닦던 총을 밀어냈다. 충분히 만족한 모양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시선을 높였지만 보이는 건 꾸려놓은 짐 정도였다.
“동등한 위치에 서겠어요.”
오. 프리드리히는 감탄하려 했다. 멋진 다짐이지 않느냐며 등을 퍽퍽 두드리고는 일어날 생각이었다. 곧 이어지는 말에 말문이 막혔을 뿐이지.
“그게 어떤 관계가 되든지.”
“아이자크, 너…….”
그건 아마도 적이 되더라도 상관없단 소리였다. 아이자크는 이제부터 자신이 하려던 일을 할 것이다. 에바리스트와는 상관없었다. 그러니까 아주 아이자크 다우면서도 에바리스트의 옆에 있던 아이자크는 아니었다. 굳어있는 저 표정이 아마도 아이자크가 현세로 돌아가서 연장전을 펼칠 때 가질 모든 것이리라.
누구에게 복수를 하든, 누구를 따르든, 혹은 누구를 따르게 하든.
“미안해요, 프리드리히. 시끄러웠죠? 그러니까 왜 뒤숭숭한 사람 방에 찾아와서는.”
풀린 얼굴로 멋쩍은 양 웃어보이고는 팔을 쭉 펴서 뭉친 근육을 풀어댔다.
“그거야 네 방에 와줄 사람이 나 밖에 더 있냐?”
“흐흐. 그도 그러네요.”
“잘해봐라.”
“예.”
프리드리히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버렸다.
아이자크는 처음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텅 빈 방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기억을 찾는다고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죽기 전으로 돌아갈 뿐이다. 그 연장선이다. 아이자크는 마지막으로 하고 있던 안대를 풀었다. 꽤나 흉한 자국은 몇 년을 살더라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올라가면 안대부터 바꿔야지.
준비해둔 붕대로 아무렇게나 칭칭 둘러맸다. 이걸로, 열일곱의 그 때로 돌아간 거다. 다만, 그 때처럼 모든 걸 에바리스트에게 맡기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