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요소 주의. 창작 캐릭터 주의.
下편은 사라졌습니다 ㅠ
.다인울기귀 에말 릴조읇 가네 고리그
[中]
방과 후, 서둘렀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카미노키가 먼저 도착해있었다.
"아, 안녕…!"
당연하게도 일본의 중학생 답게 검은 머리카락인 카미노키는 평범하지만 꽤 귀여운 얼굴이고, 아니, 내 기준이 높다고 한다면 카미노키는 예쁜 얼굴이겠지. 그래, 그런데 왜 하필 '키시타니 신라'인 걸까? 절대 돌아봐주지 않을텐데 말이야. 돌아봐주지 않을 거라고, 그녀에게 말해본다면 날 어떤 눈으로 보려나. 흥미롭다. 뭐 흥미를 가져봐야, 나로서는 발언권이 없으니까. 그저 이대로 지켜보기로 한다.
"저, 생물부는 보통 뭘 하는거야?"
부실에 들어온 카미노키는 적당한 곳에 가방을 올려놓고 신라에게 질문을 한다.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들어온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그럴 수도 있나 하고 넘기기로 한다. 부활동이 목적이 아니고, 신라가 목적이라면 뭐 그거야 귀엽게 넘어갈 수 있겠지.
"반 년전만 해도 하는 일 있었는데 말이야. 식물은 이제 질렸지?"
하고 신라가 내쪽을 바라본다.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고, 카미노키를 떠보기로 한다.
"애당초, 뭘하는 지도 잘 모르는데 입부한 거야? 그럴 만큼 생물, 좋아하는 거니? 아니면, 다른 이유?"
카미노키가 당황한다. 재미있어, 정말. 감 뿐이지만, 신라는 결코 카미노키에게 반하지 않을 거다. 카미노키가 필사적이 되어도, 그건 카미노키의 사정. 신라는 시체일지도 2D의 미소녀일지도 모르는 '그녀'만을 바라볼거다. 카미노키따위는 애초 안중에도 없을 것이고, 카미노키가 둘만이 있는 교실에서 고백해온다고 해도 카미노키는 신라의 사랑이라는 이름의 인생에 오점하나 남기지 못할 것이다. 카미노키만이 아니라,아마 신라는 그 어떤 미녀가 와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 나의 확신.
"그렇게 괴롭히지마. 가볍게 소개할게. 내가 부장인 키시타니 신라. 그리고, 이 쪽이 부부장인 오리하라 이자야. 새로들어온, 카미노키 아야네씨. 뭐 기록상 4명 더 있지만, 만날 일도 없을거고, 잘 부탁해."
신라는 오른팔로 자신을, 왼팔로 나와 카미노키를 순서대로 가르키며 소개했다. 3명뿐이여서야 별로 소개의 의미도 없지만, 그래. 기분만큼은 느껴두라는 걸지도 모르겠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나는 볼 수있었다. 아니, 신라도 볼 수있었을 거다. 나를 소개하는 순간 카미노키는 격하게 눈동자가 흔들려, 동요하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무슨, 의미려나.
오리하라 이자야라는 사람이 키시타니 신라를 찔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그것때문일까. 하긴, 신라를 좋아한다면 그 정도야 알고 있을 법하다. 꽤 조용히 넘어간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소문이란 건 어느정도 돌고 돌았고, 나도 신라도 교내에서 꽤 유명해진 편이 아닐까. 쓸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신라가 화제를 바꿨다.
"카미노키는 뭘 하고 싶어?"
"에, 응?"
"부활동, 어떤 게 하고싶어?"
어떤 거라니…라며 무슨 대답을 해야 좋을 지 몰라서, ─아니 뭐. 생각도 나지 않겠지, 이렇게 막연한 데 말이야─ 말을 흐리는 카미노키. 신라는 스스로 물어놓고서도, 카미노키가 말할 거라고는 그닥 기대하지 않았는지 그 사이에 흰 가운을 찾아 입었다. 그리고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적당한 의자에 걸터앉는다.
"츠치노코(槌の子)라도 찾아다니는게 어때?"
"어라, 오리하라-. 그건 전설속에 존재하는 아이(子) 라고?"
"네가 할 말은 아니잖아, 신라."
시덥잖은 농담과 말장난을 반복해가며 언제나처럼 신라는 이 할 일없는 부실의 선반에서 커피믹스를 찾아낸다. 그리고 언젠가 한번 그랬듯이 삼발이와 비커, 유리막대를 찾아서는 멋대로 물을 끓인다. 저 비커, 과연 이전에 뭐가 들어 있었을까. 묽은 염산…? 수산화나트륨 용액? 이정도면 양호한 것같은데……. 썩어가는 올챙이 같은건 없었을까. 아무리 깨끗하게 씻는다고 해도 찝찝할텐데, 그런건 없니, 신라?
잠시 시선을 돌리자, 분위기를 따라가기는 커녕, 읽지도 못한 카미노키는 어떤 표정, 행동을 취하면 좋을지 몰라, 선 채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야 그렇지. 남자애들 대화에 신나게 끼어들만한 인물로는 안보인다. 오히려 소심해보인다.
"오리하라의 혈액세포라도 관찰해볼까? 매일같이 소량의 피를 제공해준다면 고맙겠어, 무상으로!"
"이것참 곤란한걸, 나는 피를 제공할 생각도 없었는데 무상으로 요구해오다니."
어깨를 으쓱하며 받아쳐내자, 신라는 비커를 삼발이에서 내리고 커피믹스를 그 비커안에 부었다. 유리막대로 스스, 저으며 "그래, 아쉽네."할 뿐이였다.
*
"언제 우리집의 도어락번호 조사한 거야."
"아하하하. 새삼스레 뭘 그러는거야, 신라. 내가 알고있다고 짐작했으니 그렇게 오지말라고 몸서리 친거지? 그리고 '친구'가 도어락패스워드 정도 알고 있다고 그렇게 소름 돋는 표정 안 지어도 좋은데 말이야."
도어락 정도로는 안심할 수없는 녀석……. 도대체 무슨 잠금장치를 설치하면 기어들어오지 않는거야? 하면서, 쯧쯔 혀를 차온다. 이제 어느정도 움직일 수 있는 모양이였다. 도어락을 풀자마자 "세릇, 아니 아닌데!" 하고 괴명지르더니 절뚝절뚝인지 아슬아슬인지 위태위태인지. 최초의 이족보행을 한 인류가 저렇게 걷지 않았을까 싶은 그런 모습으로 내 침입을 거부해왔다.
"부모자식도 보증은 안 서주는 세상에서 친구에게 도어락번호를 넘기다니 얼마나 위험한 발상이야. 그럼, 이자야 네 카드번호 죄다 나에게 알려줘."
"싫다, 신라. 나도 스스로 알아냈으니까, 신라도 스스로 알아내~."
이번 방문이 평범한 친구로서의 마지막 방문으로 해두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럴 요량으로. 그렇다면 오늘만큼은 평소보다 무르게 행동해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이상하게도 다쳐있는 신라를 보고 있자 어딘가 부아가 치밀었다. 마치 어렸던 중학생이 된 듯이.
나쿠라가 찌를 상처를 내가 찌른 것으로 하고 나서야 내 마음 어딘가가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었는데 말이야.
거동이 힘든 신라가 아까와같이 끙끙대면서 침대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그냥 바라만 봤다.
"아마 이걸로 내 병상이 3일은 늘어났을 거야. 그런 이유로 이자야 너는 3일 간 숨을 참아보는 건 어때."
힘들긴 힘든지, 평소에 줄줄 뱉던 고사성어를 전혀 입에 담지 못한채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는 걸 보니 어딘가 안타까웠다.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오늘의 나는 평소의 몇배나 무르기 때문이다.
"숨쉬지 않고 사는 방법을 몰라서 말이야. 상처, 보여줘."
"아아? 싫은데."
"알았어, 알았어. 그럼 내가 찔렀던 상처 보여줘."
어쩔수 없네, 하고 코로 한숨을 뱉은 신라는 단지 가만히 침대에 기대서 앉아있었다. 알아서 봐, 나 힘들어. 하고.
아직도 남아있는 중학교 때의 상처의 흔적과 그 옆을 장식하는 무언가가 눈에 비쳤다. 저 새로운 상처는 이 흉터따위보다 더 오래가겠지. 그렇다면 이 상처도 내가 낸 걸로 해버릴까……. 바보같은, 그렇게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
며칠 뒤, 카미노키가 부실에 머그잔을 들고 왔다. 여자아이 취향에 맞게 귀여운 디자인이였다. 그리고는 신라가 커피믹스를 넣어둔 선반을 열고는 믹스봉지 옆에다가 머그잔을 가져다놓았다. 아아, 그런 거였나. 컵은 세개였다. 하나는 내 건가.
결국 '뭘 할까?'라는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는 식충식물 대신에, 다른 식물을 기르기로 했다. 곧 찾아올 추위를 생각해서 겨울에 강한 것이여야 했다. 덕분에 식충식물보다야 볼만 했지만, 화려하지는 못했다. 그 소박함이, 이 소박한 멤버와 잘 어울린다고 나는 생각했다.
당연스럽게도, 돌보거나 일지를 작성하는 일은 카미노키가 도맡아 했으며, 나나 신라는 종종 땡땡이라고도 할 것 없이 부활동을 밥먹듯이 빠졌는데, 카미노키는 그녀의 친구들과의 함께하는 귀가도 마다하고 생물부의 식물 돌보기에 열중이였다.
과연 그 성실함이 신라를 잡아당길 수 있을까?
조언하자면, 평범하거나 성실함보다는 스펙타클함이 신라를 끌어당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좀비영화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라도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있었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인상구겨지는 일이였기 때문에, 나 스스로 현명하게도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뭐, 카미노키가 신라에게 접근하든 말든,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고. 그러나마나, 겨울은 찾아왔다.
"저, 오리하라군."
드물게도 카미노키가 내게만 말을 걸어왔다. 신라가 이 자리에 없다는 것도 큰 몫을 했겠지만, 그리고 보니 카미노키는 내게 말을 걸어온 적이라고는 정말로 용무가 있을 때 뿐이였다.
아, 그럼 지금도 용무가 있는 거겠구나.
만지고 있던 휴대용게임기를 손에서 놓으면서 "응, 왜?"하고 반응하자, 조금 망설이던 카미노키가 입을 뗀다.
"내일, 부실에 오니?"
내일은, 종업식이였다. 2학기 마지막을 알리는.
"생각없는데, 오진 않을 것같아. 신라야 부장이니까 오겠지만. 나는 여름의 안타까운 청춘을 겨울에라도 즐기려고 하는데."
"응, 뒷정리는 언제나처럼 내가 할테니까, 굳이 올 필요는 없겠다, 그지?"
신라가 여기 올 거라고 못박아두는 나에게 카미노키 역시 오지말라고 못을 박아두는 듯했다.
카미노키가 신라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확정이였고, 카미노키는 그런 사실을 내가 아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는 듯 했다. 그런 사실을 알고 협력해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하, 그런 건 전혀 아닌데. 이런 사소한 애들 사랑에 협력해주는 건 기껏해야 여자애들이나 엄마 정도 아니냐?
그건 그런데, 신라 본인은? 카미노키가 자신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알고 있을까? 아니면 모르는 걸까? 알면서도 그의 '그녀'만을 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 이게 맞는 것 같다. 카미노키는 안중에도 없으니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든 말든 별로 신경 안쓰는. 어쩌면 카미노키의 존재는 그의 '그녀'에 대한 사랑을 돋보이게 하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단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내가 종종 느끼는, 신라의 타인에 대한 무관심은 넌더리가 났다. 다만, 카미노키는 여자아이니까 좀더 신경써주는 듯 했다.
아마, 그것도 그의 '그녀'가 여자아이라면 좀 더 친절하게 대하라고 말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만, 그 친절을 호의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카미노키는 불쌍한 거다.
카미노키가 내일 뭘 할지 대강 예상하면서, 나는 일부러 스웨터를 부실에다 놔두고 갔다.
물론 카미노키가 눈치 못채도록 부실의 테이블 서랍안에다가.
다음 날, 종업식이 끝나고 재빠르게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 신라의 팔을 덥썩 잡고서, "생물부 부~장님? 생물실 한번 가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으엑, 기분나쁜 부부장님. 오늘따라 한층 더 기분 나쁘게 히죽히죽 대시네요. 본인이 웃고 있는 건 알고 있으십니까?" 하고 받아쳐오는 것이다.
웃고 있었나, 눈치 못챘는데.
"아아, 빨리 돌아가고 싶은데."
"내일부터 방학이니까, 하루정도 늦게 들어간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있어?"
"아니, 없지만. 하루가, 일분 일초가 내게는 소중해!"
부실에 전혀 들릴 기색이 보이지 않는 신라를 간신히 설득해서 부실로 보냈다. 의아해하면서도 신라는 거기에 대해서 길게 묻지는 않고 부실로 향했다. 그럼 나는 잠시 여기서 시간이나 죽이다가 타이밍 좋게 그 곳을 지나가볼까.
*
"뭐라도 마실래?"
이제서야 누워서 휴우 하고 안정을 취하는 신라에게 물었다. 여긴 세르티와 나의 집인데 말이야, 네가 그렇게 말하니 마치 집주인같네. 하고 핀잔을 주면서도 "커피."하고 말해왔다.
"수화기에서 커피를 마실 것 같은 소리가 들리니까 마시고 싶었어."
"아아, 그거. 홍차였는데."
"아무렴 어때도 좋아, 커피로 줘." "설탕은?" "지금은 피곤하니까 두 스푼만." "피곤하다니, 쭉 누워있었던 주제에."
빈정대자, 신라가 자신이 피곤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려 들었다. 내 귀를 막는 것보다는 그의 입을 막는 것이 편할 것 같아서, 재빠르게 커피를 태우기 위해 부엌의 찬장을 열었다. 커피믹스가 있었다. 그아래칸에 원두도, 커피포트도 있으면서 왜 커피믹스를 상비해두는 건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자야."
"응?"
"나, 인스턴트 커피로 할래."
뭐, 원래 이상한 녀석이였으니 여기서 의문을 품어봐야 달라질 건 없다 싶어서, 머그컵에 커피믹스를 붓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정수기에 물을 받아 티스푼 대신에 젓가락으로 휘휘 젓고 있자니, 유리막대로 비커를 휘젓던 중학생인 신라가 떠올라서 입꼬리가 슬며시 기분좋게 올라가고 있었다. 부실에 비커대신 주전자와 머그컵이, 유리막대 대신 티스푼이 구비되면서 그는 그런 우스운 커피태우기는 하지 않았지만, 비커에다 커피를 마시는 어딘가 세상과 동떨어진 시간바쁜 과학자가 할 것만 같은 행위를 하는 사람은 내 평생 다시 보기 힘들겠지. ─다시 생각해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
발소리를 죽이고 조심조심 복도를 지나가 안에 있는 두사람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창으로 볼 수 없는 사각지대를 찾아 얇은 부실문에다 귀를 기울이니, 이제 막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저어……. 키시타니군."
"응? 무슨 일이야?"
카미노키의 목소리보다 신라의 목소리가 훨씬 명확하게 들렸다. 카미노키는 지금 긴장해서 목소리가 작아졌을테고, 신라의 목소리는 평소 그대로 일테니까. 주변이 조용해진 이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조금 크게 들리는 정도다. 여하튼 카미노키는 아마 근래에 있었던 일 중에서 자신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을 하려고 하는 중일 것이다. 그 결과야 내가 생각하는대로 일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굳이 숨어서 이 대화내용을 들으려하는 이유는 카미노키의 반응이 아니라 신라의 대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 나는 그 때부터 키시타니군이 신경쓰여서, 지금에 와서는……좋, 좋아해."
"미안."
망설이지도 않고 딱 잘라서, 거절하는 신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보고 있자니 이건 이거나름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응……. 그럴거라 생각했어. 좋아하는 사람…있는거지?"
"응. 어라, 내가 말했었나?"
"아니."
사랑하고 있는 여자의 관찰력은 꽤나 쓸만한 것이였던 걸까. 확실히 신라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녀에 대해서 나 이외의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본적이 없다. 입이 꽤 무거운 편인 듯하지만, 내 앞에서 정신없이 이야기했던 것도 사실이다.
"말하지 않았지만. 조금은 알거 같아서……. 벽이란 게 느껴져서……."
"그래."
한동안 정적을 유지했다. 지금 당장 유리창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두사람의 표정을 보고 싶었다. 상상만으로는 부족했다. 궁금해, 아아, 궁금해. 속이 근질근질 거렸다.
"하지만… 그런거 이상해!"
갑자기 카미노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뭘까, 뭐지? 궁금해. 정말 궁금해.
"그렇지만, 그런거 이어질 수 없는거잖아."
"……."
"사람들의 눈이란 것도 있고."
"……."
"이상한……, 거잖아."
"……."
점점 작아지는 카미노키의 목소리와 그걸 무언으로 응하는 신라. 너는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으려나. 창에다 눈을 가져다대고 몰래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여기서는 표정도 잘 보이지 않을 뿐더러 들키면─ 그건 그것나름 재미있을 것 같지만.
"카미노키."
드디어 신라가 카미노키의 이름을 불렀을 때, 내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호기심으로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한다. 어딘가 모르게 곧 시원해질 것만 같은 가슴안쪽의 간지러움이
"알았어."
너무나도 딱 맞아떨어져서 오해할 뻔했네. 하고 긴장이 풀린 목소리를 낸 신라는 다음 말을 이을 준비를 한다.
카미노키의 입에서 조금 얼빠진다고 생각될 만한 "에?"하는 소리가 나온 듯하다. 잘 들리지 않았다.
"카미노키는 오해하고 있구나. 오해야. 나와 그는"
'~12.08.23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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