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요소 주의. 창작캐릭터 주의.
그리고 네가 읇조릴 말에 귀기울인다.
[上]
*
-"왜?"
폰을 잡고 있었던 건지, 의외로 평범한 발신음이 얼마가지 않아 끊기고, 상대가 빈정대며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하는 대사는 상대가 누군지 알고 있다고 해도 아날로그 전화 세대의 습관같은 거라서, 당연스레 서로 "여보세요."하는 식상한 전화상 인사를 주고 받았다. "자, 그래서 용건은 뭐야?"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오는 이자야에게 생각하고 있던 대사를 뱉어준다.
"응, 나 다쳤어."
-"아, 그래? 그것 참 안됐네, 그럼 이만…뭐야?"
아하하! 박장대소, 이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세르티로부터 전해들은 그대로의 반응이였다. 이자야도 꽤 귀여운 구석이 있잖아. 뭐, 그 귀여운 구석은 귀엽지 않은 방 안 전체에 덮혀 보이지도 않아보이지만. 설명하자면 40평짜리 집에 1평정도 깨끗한 구석이 있다면, 부각되기보다는 눌려서 안보일테니까.
"왜 웃는거냐고 묻는거야? 그야, 나는 네가 그 반응을 보일 거라 예상했으니까~."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를 '쯧'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린다.
-"무슨 용건이야?"
사실 용건이랄 건 없다. 상처때문에 일도 들어오지않고, 그렇다고 밖에 나가거나 움직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그야말로 바라지않는 유유한한한 상황이다. 세르티도 없고, 솔직히 말하자면 대화할 상대가 필요했다고 할까. 이실직고하면 이자야가 방금과 같은 반응으로 전화를 끊을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전 세르티와의 휴일을 방해했겠다, 용건을 말할 듯 말 듯한 투로 일이나 훼방 놓아주마.
-"말해두지만, 방해할 생각이라면 관두는 게 좋을걸."
예상한 반응. 일부러 내가 예상하는 범위 내에서 말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 정도로 밖에 이야기하지않는 이자야는 어떤 의미로는 신선했다. 뭐, 여기선 일단 들킬 거짓말을 해둘까.
"설마, 내가 할일이 아무리 없다고 해도 사소한 복수를 하겠다고 듣기 싫은 네 목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백해무익한 선택은 사양이야."
-"뭐 좋아. 그래서?"
실은 다 알고 있어, 하고 말하는 듯. 간간히 들려오는 이자야쪽의 타이핑음이 멎는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소리.
"이야, 그건 그렇고 누워있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네. 이자야는 그래도 움직이고 다녔지?"
-"신라."
반대편에서 쪼르르륵하고 컵에 커피를 따르는 소리가 들린다. 갑작스레 이름을 불러오는 이자야에 아무말 하지않고 있자, 이자야 역시 아무말도 하지않는다.
결자해지라고, 정적을 일으켰으면 해결을……. 아, 아니 끊어버리려나?
-"너와는 달리 나는 지금 네 상황에 흥미있으니 어느정도는 말상대해줄테니까 말이야."
*
나쿠라가…아니, 내가 신라를 찌른 사건이 있고 2개월 뒤, 축제 코너야 무산이였고, 흉흉한 소문이 돌자 원래있던 괴짜들은 더더욱 자취를 감추었다. 그 중 한명은 묘하게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길래, 나쿠라를 이용해서 이러저러 큰 꼴 당하게 만들어 주었다. 뭐, 여하튼 생물부의 활동은 거의 없었고, 생물부실도 꼭꼭 잠겨 있었다. 그야 당연하겠지. ……라고 생각했더니 어느 여학생이 시기아닌 입부를 요청해왔다.
"저, 키시타니군."
"응? 무슨 일이야? 그러니까…이름이……."
"'카미노키 아야네' 야."
"아, 카미노키씨. 무슨 일이야?"
카미노키라고 불린 여자아이는 차분한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옷차림 역시 단정한 걸로 보아 확실하게 학생의 본분을 다하는 평범한 여학생이겠지. 다른 반 아이인데, 신라에게 말을 걸다니 교무실에서 신라를 찾는 선생이라도 있는 건가. 그나저나 한 눈에 신라를 알아보다니 신기한데. 괴짜이긴 하지만, 알려지는 타입이 아니니까. 초등학교 동창인가? 신라는 기억을 못하는 것 같은데…, 아 그건 관심이 없는 신라니까 당연한건가? 감상을 마치고, 그 둘의 대화를 지켜보기로 한다.
"저……. 키시타니군은 생물부의 부장이지?"
"응."
갑자기 생물부 이야기인가? 그 때의 그 일에 대해 꺼내들려하는 걸론 보이지않는데.
"생물부에 입부하고 싶어."
오,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다. 신라 역시 그러려나? 아니, 인간따위 바라보고 있지않은 그에겐 아무래도 좋은 일일지도.
그러나, 신라 역시 '어라?'하는 느낌으로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카미노키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활동, 그렇게나 하지않지만.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지 않아? 아, 모르려나? 뭐 입부하고 싶다면야……. 입부서 들고있지않으니까 담당선생님께 가볼래?"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꾸벅하고 인사하곤 카미노키는 사라졌다.
신라에게 가까이 가자, "여, 부부장." 하고 방금의 일을 의식한, 익숙치않은 호칭으로 불렸다.
"왜, 부장."
"오랜만에 생물실 가지 않을래? 먼지가 쌓였을 거야."
"들이게? 카미노키."
놀라워. 예상치도 못했다. 잘은 몰겠지만, 이 시즌에 그런 동아리 들으려드는 거라면 생물을 정말 좋아하거나, 그 사건에 관심이 있는 정도일 거라고? 전자의 경우, 네가 집에 일찍 돌아갈 수 없게 될지도 모르고, 후자의 경우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 너 의외로, 입 무겁고.
"음…뭐, 그거야 말로 상관없는데? 그녀가 들어와준다면, 나는 나의 그녀에게 할 이야깃거리가 생기잖아? 좋은 일이지. 뭐, 전자의 경우에는 조금 곤란할 지도. 방과후에 부실에서 귀여운 여자아이와 단 둘이라는 상황은 어때, 오리하라 군?"
아아, 내가 졌다. 신라의 사고는 완벽하게 그의 그녀에 대한 것 뿐이였지. 덧 붙여서, 그 아이 별로 내 타입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건 인간이니까. 설마, 그 아이도 인간이야 라던가 식상한 대답은 하지않겠지…….
"뭐, 오리하라가 거절한다면 나는 혼자서 그 곳을 청소하러가야겠네. 아, 그건 그것나름 동정을 받을지도."
내가 빨리 집에 가기 위해서 너도 도와, 라고 눈과 입꼬리로 말하고 있었다. 내가 또 졌다.
"갈거야."
*
"뭐,외견은 깔끔하게 되었네."
"외견은 말이지.
핀잔을 주고있지만 나 역시 그렇게 열심히 치우진 않았다. 빗자루로 쓸 거야 없었고, 식충식물은 부원 중 흥미있다는 녀석이 들고가서는 어떻게 처리해버렸는지 2화분이 남아있었는데, 작은 한 식물은 어떻게 살아있었고, 커다란 식물은 말라 죽어있었다. 커다란 식물과 금이 간 화분─어째서?─을 버리러 내려갔다 온 것은 나였다. 생각해보니, 신라는 그다지 부실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열심히 치우고 난, 생물부실은 더더욱 썰렁했다. 사람의 뼈 표본이나, 벽에 붙어있는 멸종위기 생물 목록같은 식상한 것만이 "이 곳은 생물부입니다."하고 알려 주고 있었다.
"이래선 생물부라고 하기도 민망한데?"
신라는 비커를 열심히 닦아내고 있었다. 뭘하려는 거지?
"그러게,"
찬장에서 인스턴트커피 한 팩을 뽑아내고, 삼발이를 세워 알코올을 아래에 넣으며……
"마실거야?!"
"츠치노코라도 찾으러 다닐까?"
놀란 나의 말은 무시한 채로 물을 끓이고, 어디선가 잘 손질된 흰색 가운의 먼지를 털어내어 입었다.
"아니면, 하루 한 마리씩 개구리나 쥐를 해부할까?"
비커안의 물이 자글자글 끓기 시작했다.
"사양할게. 뭐 그런 단정한 모습을 한 여자아이가 사실은 해부광이라면 생물부가 생물해부부로 변해버리겠지만?"
"나도 해부는 꽤 좋아해?"
"큰일이군."
신라는 물이 펄펄 끓는 비커를 조심스레 내려다 놓고 찾아낸 인스턴트 커피 팩을 뜯어 비커안에 부었다. 그리고 유리막대로 저어 섞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식자 그걸 후후 불면서 마시는 것이다. 물론 뜨거우니까, 목장갑을 끼고.
"마실래?"
"아니, 사양할게."
*
다음날, 입부희망서를 작성한 카미노키 아야네가 찾아왔다.
"잘 부탁해, 카미노키씨."
신라가 기분좋게 웃어보이며─그가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줄 이야기가 생겼기 때문에─입부희망서를 파일철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그의 특유의 센스를 발휘해 질문한다. 물론 그 센스는 보통사람은 이해하기 어렵겠지. 그러니까, 그는 다음과 같은 농담을 해서 카미노키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카미노키씨는 해부좋아해?"
"엣? 아! 으,응! 조금이라면……좋아할 지도?"
생물부가 위험하다.
얌전해보이는 카미노키는 의외로 남들에게 밝히기 미묘한 취향을 갖고 있었다. 하하, 그럴리가 없지. 그럼 다른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럼 오늘 방과후에 생물실 잠깐 들렀다 가."
"응."
"다른 용건은?"
"없어……."
그럼 이만, 하고 신라가 시선을 내리자 카미노키도 허둥지둥 자신의 클래스로 돌아간다. 이건…….
"카미노키, 너에게 호감있는 거 같은데?" 나는 결론을 말했다.
"에엑, 농담 그만둬. 이런 기분나쁜 중학생 누가 좋아한다고." 그가 반박한다.
자각하고 있었어? 스스로 기분나쁘다고 자각하고 있는 거야? 집요하게 묻는데 가볍게 무시하고는,
그것보다 나에겐 사랑하는 이가 있어, 하고 황홀한 표정으로 공중을 바라본다.
아아, 그랬었지, 하고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곤 그가 그의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줄줄 뱉어내기 전에 자리로 돌아간다.
'~12.08.23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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