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그 반대다만. 피아노 위에 있는 커버를 털고, 티슈로 쌓인 먼지를 닦아내며 케이토는 생각했다.
피아노는 따라 와주지 않지.
정리를 마치자 케이토는 자신의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고 연습실의 문을 나섰다. 마음은 영 내키지 않으니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하지만, 발이 멋대로 그 길로 향하고야 만다.
병원은 소독약의 냄새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건 에이치의 몸에서 배여 나오는 냄새와도 같았다. 에이치의 피에서는 철내가 아니라 약품 냄새가 날지도 모르겠다. 케이토는 익숙하게 계단을 올라 에이치가 있는 병실까지 올라갔다. 에이치는 약품 냄새를 죽음에서 발버둥치는 악취라고 표현했다. 적어도 네게서는 악취가 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자신의 표정을 숨기려는 것처럼 에이치가 고개를 돌려버렸기 때문에 입을 다문 적이 있었다. 그건 결과적으로 에이치의 말에 수긍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병실 문을 열자, 들었던 것보다는 상태가 좋은지 쿠션을 등지고 책장을 넘기는 에이치가 있었다. 케이토가 온 것을 확인하고 읽고 있던 책을 옆으로 빼들고, “어서와.” 반겨주는 혈색은 마냥 좋지는 않았다. 몸상태는 좀 어떠냐고 묻자, 밤에는 좀 아팠는데, 지금은 괜찮아. 기분 같아서는 링거도 다 떼고 산책이나 가고 싶어. 그렇게 답한다. 자신에게만 하는 말인 것을 알고 있는 케이토는 말하지 않는다.
“내 오른손, 잡아볼래?”
뜬금없다고 생각했지만, 처량하기까지 한 에이치의 표정에 케이토는 에이치가 뻗은 오른손을 잡아주었다.
“후후, 감각이 있어서 좋아. 케이토의 손바닥, 손가락, 마디마디 따뜻하구나.”
에이치는 좋은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아이처럼 케이토의 손을 만져댔다. 처음 이 행동을 에이치가 취했을 때, 케이토는 당황스럽기만 했지만, 지금은 안타까울 뿐이었다. 에이치는 아플 때마다 손끝에 모든 감각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고 그리 말했다. 이상하게, 왼손은 괜찮은데, 오른손은 이렇게 감각이 사라져서 불안하더라고. 오른손을 좀 더 사용하는 게 좋을까? 왼손잡이인 에이치이지만, 그가 그렇게 오른손을 사용하지 않느냐면 그건 아니었다. 피아니스트의 양손은 언제나 바삐 움직였고, 그건 일상에 쓰이는 쪽이든 아니든 마찬가지였다.
“이러다가 건반에 손 올리기가 무서워질지도 모르겠어.”
케이토는 에이치의 오른손을 주물렀다. 약한 소리하기 전에 빨리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앉을 수 있는 몸상태로 만들어라. 네 오른손도, 왼손도…. 그렇게 나약하지 않으니까. 에이치는 입술을 올려 웃어보였지만 그 푸른 눈은 여전히 떨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그가 뱉은 말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것이었고.
“케이토, 내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아도 날 사랑한다고 할 수 있겠어?”
에이치의 그 말에 당연하다고 대답하는 것은 쉬웠다. 실제로 그러하니. 하지만, 당연하다고 쉽게 대답하는 것은 아마도 금기일 것이다. 이런 질문을 하는 에이치는 무슨 심정일지, 그야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그 이상을 헤아리는 것은 어려웠다. 우선은 한숨을 쉬어본다. 대답을 들려주었다.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 얼굴과 달리 손은 한참 불만족스러운 것처럼 케이토를 향해 뻗어 나왔다.
“그 대답은 좀 더 가까이서 들려줄래?”
망설일 거야 없지만 케이토는 분한 마음이 조금 들어서 뜸을 들였다. 그것도 잠시, 테이블 위에 자신의 가방을 올리고 에이치를 향해 다가간다. 에이치의 팔은 케이토를 껴안는 대신에 케이토의 목에 손가락을 감았다. 그물처럼, 마치 케이토의 목을 조일 것처럼. 무슨 짓을 하려고. 침묵의 끝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그건 분명 훌륭한 연주일 것이다. 에이치는 케이토의 목에 감은 자신의 손가락을 움직였다. 건반을 두드리듯 상냥하게 목을 두드리고, 누르고, 감고.
그건 사랑이라도 속삭여달라고 자신에게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케이토는 인상을 찌푸리다가, 어쩔 수 없이 에이치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목을 연주하고야 만다.. 피아노는, 그리하여 입을 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