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미도]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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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r살, ㅈr살 ㅁl화, 집단 괴롭him, sa고사, 트zr우ㅁr 등 자극적일 뿐이고 한없이 부정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열람을 권하지 않습니다.

(표시가 정확하지 않은 이유는 검색어 방지입니다.)

 

落지다

 

모리사와 치아키 x 타카미네 미도리

 

1. 힌트 그 첫 번째

 

 

그 날 옥상의 바람은 참으로 차가웠다. 난간도 곧 여름이라고 하는데도 얼음처럼 차가워서 죽고 싶은 마음에 박차를 가했다. 좋아. 뛰어내리자. 옥상에서 보이는 운동장, 건물, 상가, 그리고 더 넘어서 바다까지. 아름다웠다. 살아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마을. 그러나 다음 순간 비행기가 소음을 내며 날아가는 소리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내가 살아온 마을을 한 눈에 담은 다음 순간 죽는다. 괜찮은 생각이지. 난간 너머로 한 쪽 다리를 반쯤 넘겼다. 그러나 귀에 닿은 끼기긱, 기름칠을 해줘야할 것 같은 소리가 울리는 탓에 몸을 죄다 모두 넘길 수 없었다.

 

"…아."

 

무거운 옥상 문이 겨우 열리고, 나와 그는 눈이 마주쳤다. 그의 입에서 떨어진 소리에 내 귀가 간질간질, 나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옥상의 바람에 그의 낙엽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위태로움이 참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는 상황이 파악된 것인지 불안하게 눈을 크게 떴다. 그리 가깝지 않은 거리인데도, 내 시야에는 오로지 그만 보였기 때문에, 나는 지금 그의 호흡마저도 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무슨 행동을 취할까, 궁금해진 것이다. 죽으려는 사람을 눈앞에 둔, 운이 나쁜 그는 이제부터 어떤 행동을 취할까.

 

"바, 반짝,"

 

그는 입을 빠끔거렸다.

 

"반짝 반짝 작은 별…!"

 

응응? 익숙한 리듬이 옥상에 퍼졌다. 그나저나 정말 좋은 목소리였다. 부드러웠다. 착각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운을 뗀 그는 나를 여전히 불안하게 쳐다보면서, 턱짓을 했다. 이어 달라는 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아름답게, 비치네…?"

 

"반짝 반짝 작은 별…!"

 

시작은 네가 먼저 했으면서 틀리기도 빠르게 틀리는구나. 어째 마음이 식어서 난간에서 다리를 빼고 다시 옥상 바닥에 두 다리로 서면 그는 안심한 것처럼 휴우,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다음 가사는 '서쪽 하늘에서도, 동쪽 하늘에서도.' 겠지?"

 

내 말에 이번에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아무래도 좋잖슴까! 급했다고요!"하고 그는 울상이었다.

 

그게 나와 타카미네의 첫 만남이었다. 처음부터 그 모든 것이 최악이었던 것이다. 바람은 차가웠고, 다행이라고 한다면 비는 내리지 않았다. 비가 내렸다면, 타카미네가 점심을 옥상에서 먹으려고 하진 않았을 테니.

 

 

2. 힌트 그 두 번째

 

 

옥상은 개방되지 않는 곳이었다. 실제로 난간은 낮았고 철조망은 없었다. 벤치 하나 없고, 물탱크와 어디서 날아온 지모를 쓰레기만 날아다니고 있었다. 관리되지 않는 곳이었다. 옥상은 개방되지 않은 곳이므로, 나는 지난 2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옥상에 올라오고자 하는 생각이 없었다. 미술선생님께 부탁을 받았다는 거짓 핑계로 열쇠를 받아 옥상 문을 열려고 했지만(미술 선생님과는 이야기조차 하지도 않았고, 열쇠를 담당하시는 선생님은 이번에 새로 배정받으신 분이었으니, 나는 운이 좋았다.) 옥상문은 열려 있었고, 나는 일부러 거짓말을 할 필요없이 옥상에 올라갈 걸, 그렇게 생각했다. 무슨 이유든 간에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여간 그런 곳을 타카미네는 점심의 명소로 택하고 있었다.

 

"왜 반에서 다 같이 먹지 않고?"

 

아니면 친구랑 같이 올라온다는 선택지도 있었을 것이다.

 

"아, 그건…."

 

우물쭈물 거리는 그 소심한 행동에, 아, 같이 먹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거라면 이제부터 내가 같이 어울려주어도 괜찮을까, 그 말에 그는 당황해서 퉁명스러운 거절을 했지만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내가 올라오는 것을 거부하진 않았다.

 

 

3. 힌트 그 세 번째

 

 

열쇠를 돌려드리러 가니 굉장히 안심한 표정으로 열쇠를 받으시고 내게 사진은 잘 찍었니? 하고 자상하게 그리고 슬픈 눈으로 물어보셨다. 예, 잘 찍었습니다. 그것도 거짓말이었고, 아마 안심한 표정으로 보건대 내 거짓말에 관해서도, 내 사정에 관해서도 잘 아신 모양이다. 혼나지 않고 끝난 것은 동정일지. 나는 인사를 드리고 교무실을 나왔다.

 

그런 만남이 있고나서 우리는 점심시간을 함께 옥상에서 보내고는 했다. 날이 아직 추운데도 타카미네는 춥지도 않은지 재킷을 벗은 채로 검은 가디건만 입고 올라왔다. 옥상이니 추울 텐데, 왜 재킷을 놔두고 올라왔느냐고 묻자, "안 추워요." 라고 대답했다. 추운 탓에 귀여운 캐릭터 도시락 통을 올려두지도 못한 허벅지를 서로 비비며 추위를 달래고 있었고, 팔을 손으로 감싸고 추위에 떨고 있었다. 내 보온병에 든 차를 컵에 따라 건네자, 잠시 나를 마주하고는 고맙다고 말하며 조심스레 받아들고는 홀짝거리고 있었다. 추위 때문인지 부르튼 입술이 물기를 머금고 젖어, 다시 분홍색을 찾는 것이 사랑스러웠다.

 

 

4. 힌트 그 네 번째

 

 

옥상에 올라와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타카미네는 올라오지 않았다. 그런 날도 있는 거겠지. 굳이 교실로 내려가지 않고 나는 내 도시락 통을 비우고 교실로 돌아갔다.

 

내일부터는 다시 매점의 빵으로 메뉴를 바꿔야겠다. 내 자신이 직접 싸봐야 시간만 걸릴 뿐 맛도 그리 나질 않았다. 언젠가 여자 친구가 생긴다면 그녀가 손수 싼 도시락을 받아보고 싶었다.

 

 

5. 힌트 그 다섯 번째

 

 

다음 날은 옥상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나는 타카미네에게 번호를 물어보았다. 타카미네는 학교에는 휴대폰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 반이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얼굴을 새파랗게 물들이며 싫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늘은 도시락이 아니네요?"

"아침시간은 역시 바쁘니까, 관두기로 했지."

"저 어차피 많이 안 먹으니까, 같이 먹어요."

 

사양해두려고 했지만 타카미네는 자신의 캐릭터 도시락 통을 열고는 거듭 권유해왔고, 맛있어 보이는 계란말이에 눈이 돌아가 결국 후배의 음식을 빼앗아 입에 넣고야 말았다. 맛있었다. 아마 자신의 양대로 싸지 않았으니 가족이 싸준 것일 테다. 다행이구나, 타카미네. 자라기는 사랑을 받고 자라서. 말없이 웃어 보이면 타카미네는 "맛있지요? 이것도…." 하고 내게 다음 반찬을 권해왔다. 실로 즐거운 점심시간이었다.

 

그리고 보면 나도 딱히 학교에 휴대폰을 들고 다닐 이유는 없었다. 학교 안에서 필요한 연락은 다 끝나는 셈이었다. 그렇군. 나도 들고 다니지 말까. 그래도 습관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버려지지 않기에 나는 다음 날도 주머니에 휴대폰을 찔러 넣고 등교를 했다.

 

6. 힌트 그 여섯 번째

 

 

"하아, 우울해…. 죽고 싶어…."

 

죽고 싶은 기분이 하늘 끝까지 치솟아 정말로 떨어져 죽으려고 했던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타카미네는 언제나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있었다. 정작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지만 대답해주지 않았다.

 

 

7. 힌트 그 일곱 번째

 

 

그래도 같은 학교인지라 1학년 층에서 어슬렁거리면 보일 줄 알았더니 복도에는 그리 나와 돌아다니는 편이 아닌 모양이었다. 교실을 일일이 찾아보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쉬는 시간은 짧았다.

 

그러나 나는 의외의 장소를 지나치다가 의외의 꼴을 하고 있는 타카미네를 보고야 말았다. 저쪽은 고개를 푹 숙인 채라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교실에 잠시 들린 그는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림에도 불구하고 가방을 들고 신발장으로 향했다. 신발을 들고, 하교하는 모양이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타카미네는 우산을 펴고 돌아갈 이유가 없었다. 우산의 1차적 용도는 몸과 옷을 젖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고, 이미 젖어있다면 무용지물이었다.

 

조심해서 가야할 텐데. 저렇게 고개를 숙이고 걸어서야, 이런 날은 사고 나기도 쉬웠다.

 

 

8. 해답

 

 

"타카미네.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없을까?"

 

조심스레 말을 건넸더니 그는 젓가락을 떨어트리고 굳어버렸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울기 시작하는 것이다. 슬퍼 보이기도 하고, 서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나는 곧 그런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는 분해하고 있을 뿐이다.

 

"왜 알아버린 검까, 왜, 왜애."

 

내 시야에는 너 밖에 없기에 일거수일투족 모두, 모두 보이기 때문이란다.

 

 

9. 해결방법

 

 

"같이 죽을까?"

 

타카미네의 눈이 크게 움직였다. 그 때 내 미수에 그친 자살의 행동을 목격한 것처럼 크게, 그리고 겁에 질린 그 눈으로 슬프게 입술을 꿈틀거렸다.

 

"…응…."

 

그리곤 입을 맞췄다. 옥상의 바람은 이 한 달 동안 제법 따스해져서 기분이 좋았다. 입술을 떼고 나면 물에 푹 빠진 듯 일렁이는 타카미네의 푸른 눈동자가 정면에 있었다. 그가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나는 잘 알기에, 다시 한 번 입을 내렸다. 조심스레 혀로 그 보드라운 입술을 핥으면 타카미네는 입술을 벌려주었다. 입술 사이로 내 자신의 혀를 집어넣자 타카미네가 환영한다는 것처럼 내 혀를 그 혀로 잡아당겼다. 물론 미끄러지고, 타카미네의 치아에 닿은 혀를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자면, 타카미네 역시 내 입천장에 닿아 보이고…, 입술을 떼어낼 때에는 울고 있는 타카미네의 눈물을 먼저 떨어지지 못하도록 내 손등으로 닦아주고 꼭 껴안아보였다.

 

옥상의 문이 제대로 잠겨있는지 확인을 마치고, 물탱크 뒤쪽으로 두 몸을 옮겼다. 급우의 연락이 그리도 귀찮을 수가 없어서 배터리를 빼냈다. 그러자 세상에서 타카미네와 나만이 남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 기분은 곧 흥분으로, 검은 돌이 흰 돌을 삼키듯 변해갔다.

 

 

10. 해답 그 2

 

 

노을이 내리고 있었지만 내 키스로 물든 타카미네의 입술이 더더욱 붉었다. 타카미네는 멍하니 해가 떨어지는 하늘풍경을 바라만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가족하고 마지막으로 밥이 먹고 싶네요."

 

"그렇군. 타카미네는 돌아가 두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

 

"선배, 역시 가족 분이 안 계시는검까."

 

"하하. 들켰구나. 그렇단다."

 

윙크를 해보이자, 그 때까지 어떤 반응도 하지 않을 것 마냥 무표정이었던 타카미네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감정을 느끼는 사람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웃으면서 할 이야기가 아니잖슴까."

 

이제는 웃어도 괜찮지 않겠어. 타카미네를 뒤에서 껴안고, 그 시무룩한 뺨에다 내 입을 가져다 댔다.

 

"…모리사와 선배…."

 

타카미네와 한 번 더 키스를 했다. 이대로 밤이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좋겠지만, 타카미네는 가족과 저녁식사가 하고 싶을 터였다. 

 

서로의 넥타이를 정돈해주고 살금살금 학교를 빠져나갔다.

 

 

11. 해결방법 그 2

 

 

…….

 

말이 나오지 않았다.

등교를 했더니 운동장에 차들이 몰려있었다. 경찰차가 있었고 침입하지 말라는 표식이 여기저기에 칭칭 감겨져 있었다.

 

교실로 올라가자 눈에 익은 도시락 통이 내 책상 위에 올라가있었다.

 

'힘내요.'

 

메모지가 참 귀여웠다. 네 모든 행동이 떠올라 다리에 힘이 풀려 의자에 털썩 착석하고 말았다.

 

옥상은 당연히 철저하게 폐쇄되었다. 이게 네가 바란 것이라는 것을 알고 나자 슬픔이 서러움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네게 거짓말을 하게하고 말았다는 점이 분했다. 그것 이외에는 별다를 것이 없는 오전이었다. 간만에 점심시간에도 교실에 앉아 뚜껑을 열면, 타카미네가 좋아하는 반찬이 거기에 잔뜩 있었다. 여태 참은 줄도 몰랐던 눈물이 비처럼 뚝뚝 떨어지면서, 네 메모를 잊은 채로 비참하게도 죽고 싶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창밖을 바라보면 아직 한참 여름인지라 푸른 와중에도 어김없이 달려있는 낙엽이 바사사 바람에 나부끼며 떨어지고 있었다. 땅에 닿지 않을 리가 없는 그것을 외면하고 나는 네가 내게 떠넘긴 도시락과 감정과 생의 의지를 혀로 탐하고 씹어 넘겨야만 하는 것이다.

 

 

0.

 

 

부모님 두 분이 비행기 추락사고로 돌아가셨다. 고등학생인 내가 짊어지기엔 무거운 짐이고 동시에 고등학생이나 되었으니 살아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약해 빠진 모리사와 치아키는 후자가 아니라 전자에 집중해 버리고 말았다. 떨어지고 싶었다. 떨어지자, 떨어지자. 아래로, 아래로.

 

그리고는 최악의 만나고야 말았다. 내게 두 번째로 죽을 이유를 만들어버린 그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떨어짐조차 평생 용서받지 못하게 만든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