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또 방랑하면서 예술의 삶을 만끽하고 있을 임금님이기 때문에, 나는 졸업과 동시에 그가 무얼 하든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을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가 있을 법한 장소는 피해 다니고 있었는데. 그가 뭘 하고 사는지, 아니 살고는 있는지, 죽은 건 아닌지 검사 차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지난 주, 막내 녀석이 술자리에서 울어버렸을 때였다.
다 큰 사내가 술만 들어가면 울지를 않나, 목소리는 얼마나 큰지. 그래서 난 애새끼 있으면 안 간다고 했는데 '애새끼'는 없다고 하는 탓에 넘어가서 참석했더니 '다 큰 스쨩.', '츠카사쨩도 이제는 어른~.' 재미없는 콩트를 피로하고 있었다. 나가려고 했더니, '셋쨩, 삐졌어? 앞머리 잘랐어? 손톱 모양을 바꿨나?' '아냐, 자세히 보니 눈 화장이 다른 것 같은데?' '아닙니다. 리츠 선배, 나루가미 선배. 잘 봐주십시오. 완전 꾸미고 나오시지 않으셨습니까. 새 남자를 기대하고 온 것입니다.' 하고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것이다. 셋 다 주먹으로 응징한 다음은 어쩔 수 없이 한 자리 꿰어 차고 마셨지만, 여간. 여튼. 그 자리에서 막내 녀석이 기어이 울고야 만 것이다.
그렇게 좋아했던가.
어제의 그 장소에서 겨우, 스오우 츠카사가 츠키나가 레오라는 인간을 연애감정으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묵직한 둔기로 뒤통수를 맞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막상 임금님을 찾으려니 어디로 가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여태 내가 피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나 찾아지지 않는 것을 보면 피하지 않았더라도 그를 발견하진 못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라면, 외딴 섬이나, 외국이나, 바다 속이나, 우주, 그 어디를 가도 흥미롭게 작곡하고 조율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디를 방랑하고 있든 어울리는 자유로운 사내였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어디에 틀어박혀도 이상하지 않은 이빨 빠진 맹수이기도 했지.
어디로 가야하나. 습관적으로 주머니에 넣어 다니는 라이터를 짤각 만졌다. 말해두건대, 나는 결코 담배를 피운 적이 없지만, 라이터 하나는 가지고 다녔다.
그렇게 거리를 걷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나보다 임금님을 더 좋아하는 카사 군이 찾으려면 찾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임금님이 학교에 있는 동안, 카사 군과 임금님이 함께 했던 시간은 짧았지만 더더욱 인간적인 감정으로 맞부딪히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나와 그는 감정적인 싸움은 그리 하지 않았던 기분이 든다. 손 안의 라이터의 뚜껑을 닫았다 열었다 하며, 점점 외진 곳으로 나아가는 내 자신의 발걸음을 막을 길이 없었다.
나는 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참 싫었기 때문에, 오늘 안에 끝나지 않으면 임금님을 찾는 일은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반대로, 오늘 하루 정도는 '츠키나가 레오'에게 시간을 모두 투자하겠다는 소리였다.
*
결국은 집으로 한 번 돌아가서 자동차를 끌고 좀 더 먼 곳까지 가보았지만 역시 찾을 길이 없었다. 아, 젠장. 쓸데없는 짓만 잔뜩 했네. 극적으로 찾게 된다면 이 쓸모없이 지나간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라도 들 텐데. 물론 그렇게 임금님을 찾는다고 해서 내게 득이 될 일은 없었다. 생각해보니 순전히 막내새끼만을 위한 일이 되는 것이다. 나는 왜 해가 지날수록 카사 군에게 물러지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쿠마 군이, '셋쨩은 동생속성이 있는 사람 전반에게 약해. 스쨩은 모두의 막내니까, 셋쨩의 약점이지.' 그리 말했던 것이 기억나지만, 그렇게 따지면 나이츠에서 누군가의 동생이 아닌 건 나와 임금님 뿐이었다. '하? 셋쨩, 웃기지 마. 나는 형 같은 거 없어.'
사박사박, 모래사장의 모래를 밟았다. 이어폰을 꽂으면 그마저도 들리지 않게 된다. 음악 플레이어 기능을 실행하는 것으로, 파도소리와는 단절된다. 밤바다는 밤인데도 뭐든지 빛나고 있다. 위를 바라보면 달이나 별이 주제도 모르고 빛나고 있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 빛을 잔뜩 머금은 바다와 모래사장이 또 빛나고 있었다. 밤이 밤인 줄 모르는, 시간이 무엇인지 모르는 조랑말과 같이.
음악에 심취한 채로 무심하게도 예쁜 밤바다를 바라보고 있다가, 덜컥 겁이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엇이 그리 겁이 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아이폰과 이어폰을 아무렇게나 주머니에 밀어 넣고는 모래사장을 달렸다.
눈앞에 있는 것이 가까워지는 만큼 확신을 한다.
달릴수록 숨이 찬데, 달리지 않으면 곤란했다.
"세나-."
눈앞에 보이는 조랑말의 후드 티의 모자를 낚아채면, 뭐가 그리 즐거운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죽으려고?!"
"죽으려고 하진 않았는데."
그 말을 듣고는 힘이 빠져서 그제야 몸이 지쳤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아, 하아. 거칠게 숨을 내뱉고는 그 녹색 눈동자를 노려본다.
임금님은 쫄딱 젖어 있었다. 밤의 바다는 이렇게 아름답고 분수를 몰라도, 역시 맹수처럼 위험하니까 입수는 금지되어 있다. 나는 갖은 잔소리를 삼켜내고 말을 골랐다. 하고 싶은 말을 아무렇게나 던져도 되는 상대이지만, 그래서 말을 고르고 싶었다. 아무래도 좋지만. 아무래도 좋은 것은 금지 당했다.
"감기 걸려."
"그런가."
나루 군이 걱정해. 쿠마 군이 보고 싶어 해. 카사 군이 찾아다니고 있어.
무슨 말을 제일 먼저 뱉어줄까, 파도 소리보다 내 입에서 혀가 어쩔 줄 몰라 구르며 나는 소리가 더 큰 것 같다.
"임금님의 음악이 듣고 싶어."
내 표정은 아마 꼴불견일게 분명하지. 미간이 꿈틀 거린다. 부끄러움도 다소 섞여 있을 테지만, 축축하게 젖은 옷을 밤바람 앞에 겁 없이 내놓은 그는 "그래!" 하고 활짝 웃어보였다.
*
"어라, 이즈미쨩. 담배 폈어?"
그럴 리가. 귀찮아서 대답은 안 하고 고개만 저었다. 조수석에 앉은 나루 군은 내게서 받아든 재킷에 잘그락 거리는 것을 확인하고는 주머니에서 그걸 꺼내들었다. 사자와 쌍검이 그려진, 약간 시대착오적일지도 모를 고풍스러운 디자인이었다.
"smoking은 좋지 않습니다!"
"예쁜 디자인이네. 받은 거야?"
"카사 군, 그거 줄게."
나루 군의 질문에 대한 답은 되지 않지만, 나는 운전대를 잡았다. 그거 줄게. 이제 괜찮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