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이 거절당할걸 빤히 알면서도 "형, 같이 살래?"하고 제안. 현은 역시 거절하지만, 이후로 자주 연락하고 얼굴을 더 내비치고 전보다 더 신경써주는 모습. 자잘하게 여행도 한번쯤 떠나고.
그러다 서현이 매번 왔다갔다, 눈총도 있고(주로 마틴의 눈총이…) 푸념을 했는데, 서린이가 받아치길, "형, 가까운데 집 구해줄까? 매일 밤 거기서 기다리라고!" 하고 농담조로 말하기에 "내가 네 첩실이냐?" 퉁을 주고 말았는데 다음에 왔을 때, 정말 근처에 집 하나 서현 명의로 구해놓은것.
"싫어?" "아니, 구해놓은걸 또 마다하라고?"
그래서 올 때마다 서현이 거기 가있는…
둘이서 사는 것도 아니고, 이따금 서현이 올 때만 별장식으로 쓰는거지만… 가구도 서린 취향으로 아기자기하게 들리고, 사람사는 냄새 좀 나게 일부러 서현이 자기 손때묻은 컵을 가져다 놓기도 하고 했으면.
그리고 매번 연락받고 갈 때마다 먼지가 소복히 쌓여있는데, 서린이 오기 전에 서현이 청소하고 먼지 닦고, 아무튼 위처럼 사람냄새나고, 같이 사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려고 노력하는것.
서린의 불면증을 걷어줄 요량으로 한 침대에서 자고. 아침에 약해져버린 서린을 깨우지 않고 슬그머니 침대에서 벗어나 간단하게 토스트나 계란, 뭐 소세지나 베이컨 같은 걸 굽고 인스턴트커피도 태워서 내놓는 자상한 형.
서린이 일어나면 감동으로 코끝이 시큰거리겠지. 물론 처음엔 맛이 그다지 없고, 짜구나, 생각하지만 그래도 서현에게 감사하며 끝까지 다 먹고 몰래 물만 더 들이키고.
물론 서현도 좀 더 이런 걸 손에 익숙하게 될 거고, 점점 그럴싸한 맛이 나겠지.
하루는 린이가 집안에 들어오기 전에, 짠, 하고 꽃다발을 현에게 선물하면… 야, 뭐 이런걸… 하고 말은 퉁명스레 해도 표정에 나 지금 완전 기분좋아가 드러나는것. 이런 걸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도 못해서.
빨리 와서 저녁이나 챙기지 그래, 하고 잘 구워진 패티에 신선한 양상추와 토마토 그리고 그 위를 녹은 치즈가 장식하는 내용을 빵 두개로 덮은 것을 식탁 위에 올려주고… 그럴싸한 컵을 화병삼아 받은 꽃을 담그고 침대 머리맡 책상에 올리고 흡족해하는 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