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남자가 도대체 그게 무슨 흉측한 행동이냐고 말하면 받아칠 말은 없겠지만 나는 세건 형에게 들러붙어서 냄새를 느끼는 걸 좋아했다. 아무리 씻어도 진동을 하는 화약내, 피비린내, 이따금 흘린 땀내를 걷어 제치고 찾아지는 그만의 향기가 참 기분이 좋았다.
물론 세건 형은 내가 끌어안거나 안기는 걸 그냥 용서해줄 위인은 아니었으니까, 지금이라면 들러붙어도 떨궈내지는 않겠다 싶을 때 슬쩍 옆으로 가서 팔을 두르거나 그 위에 올라타곤 했다. 미녀가 들러붙어도 단호하게 거절할 사람인데 내가 그한테 손을 얹어도 그러려니 용서하는 이유는 무얼까 생각해도 참 그 답이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그냥, 그가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라는 결론만 잠정적으로 빙빙 둘러질 뿐이었다.
"세건 형..."
누워서 책을 읽던 그의 옆을 멋대로 차지하고 들러붙는다. 또냐, 그렇게 말하는 듯 콧김을 팽 내쉬고는 그는 주변을 더듬어서 에어컨을 켰다. 그 행동이 더우니 빨리 떨어지라는 무언의 압박일지도 모르고, 더워도 이거면 되니까 그래 봐주마 하는 자비인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여하튼 자리를 피하거나 날 쫓아내지는 않을 것같으니까 세건 형 팔에다 얼굴을 가져다대고 "아, 시원하니까 참 좋다." 하고 스스로 생각해도 좀 바보스러운 말을 해본다. 여전히 세건 형의 시선은 책으로 향하고 있고 이따금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재미있어요?"
"아니."
"그럼 그거 보지 말고 나랑 놀아요."
"스파링하자고?"
"헉, 재미있게 읽으세요."
슬쩍 째려보는 시선에 꼬리를 말면 그의 시선이 또 책에 꽂힌다. 뭐가 재미있는거람. 고개를 좀 더 그의 가슴에 가까이 하고 들고 있는 책의 문자로 눈을 향한다. 이 자세로 용케도 잘 읽네. 나는 눈이 핑핑 돌 것같은데. 그러고 십 수초를 가만히 있으면 세건 형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느릿느릿, 금방이라도 잠이 들 수 있을 것같은 편안한 고동소리가 귀에 박혔다.
"형."
답이 없었다. 대신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형 좋아하는 거 모르죠?"
"실 없는 소리는."
세건 형의 눈이 게슴츠레 반쯤 감기는 걸 보고 나는 그냥 눈을 감았다. 여전히 심장 소리가 느릿하게 귀를 찔러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