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학교에서 서린이 돌아오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도어락의 삑삑 소리를 듣고 제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마냥 서현은 현관으로 달렸다. "어, 형." 문이 열리고 당연히 놀란 서린이 잠시 주춤하는 동안 그 팔을 잡아당기고, 급하게 문을 닫아버린다. "뭐야?" 당황해서는 잡힌 팔뚝을 쳐다보는 서린을 서현은 문과 자신 사이에 가두었다.
"형...?"
빨리 쳐다보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서린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차이는 얼마나지 않지만 그래도 일단 저보다는 위에 있는 시선이, 또 벗어나기 어려운 포위망이, 서린의 공기를 조였다. 서현의 푸른 눈이 자신을 한껏 노려다보고 있었다. 어제 그것때문에 그런건 알겠지만, 알아도...
"형, 나 햄버거 사왔는데..."
서린이 바란 것과 달리 서현은 그때라도 노렸다는 듯이 입술을 내렸다. 자신의 양입술로 서린의 윗입술을 쪽 빨았다. 당황한 서린이 뭘 하려해도 손잡이없는 불친절한 종이봉투를 놓칠 수는 없었다. 입술을 먹히는 기분은 참 묘하다. 서현이 슬쩍 물러난다 싶더니 서린의 윗입술을 혀로 핥고, 이를 두드리고, 길을 찾은 것처럼 그 사이로 쑥 들어오더니 이 뒤의 단단한 천장을 꾹꾹 눌러온다. 서린에게 제일 무서운 건 놀라움에 힘이 빠져 꾹 감긴 눈이 이따금 저도 모르게 열릴 때마다 서현이 그대로 쭉 노려보고 있다는 거였다.
"흣, 우웃..."
서현은 자연스레 양손을 서린의 어깨에 올렸다. 입 사이로 틈을 줄 때마다 서린이 내뱉는 숨이 서현의 턱에 간지럽게 맺혔다. 정사를 연상시키기 딱 좋을 정도로 서현은 깊게 키스했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서린이 눈을 뜨고 그만하자고 서현의 눈에다가 호소했다. 그래? 그만하지뭐. 서현은 옭아매고 있던 서린의 혀를 한번 더 훑고는 쪽 소리내며 입을 떼어냈다. 타액이 얽힌 것이 쭉 늘어져서 바닥에 뚝 떨어지는게 낭만이라고 하기에는 조잡했다.
"씨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동생이 들고 있던걸 형의 가슴팍에 퍽 치듯 내팽겨치고는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산지 얼마 안된 신발이 방해만 하지 않았어도 쌩하니 화장실로 향했을텐데, 씩씩거리면서 잭을 내리고 좀 훌쩍이는 소리로 "강간범! 강간범!"하고는 그제야 화장실으로 달린다.
"참 나. 저가 먼저해놓고 나한테 왜 그래?"
받아든 종이봉투안의 감자튀김을 입안에 넣으면서 서현은 시큰둥하게 툴툴거린다. 사실 서린은 우발범, 자신은 계획범이니까 질은 서현이 더 나쁘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으니 방금 한 말은 자기가 생각해도 웃기긴 하다.
햄버거는 두개 들어있었다. 맛이 다른데 뭘로 먹지? 현관의 먼지를 먹은 실내화를 그냥 휙휙 차서 던져놓고는 식탁으로 향했다. 하나를 집어 포장지를 까고 입에 넣는다. 맛있다. 스트로우를 꽂아서 콜라도 목으로 넘긴다. 현대의 맛이야. 그 식사가 다 끝날 쯤에 서린이 화장실의 문을 열고 나왔다. 자기를 한참 째려보더니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아, 안에 하나 더 있는 거 내가 먹어도 되겠군. 서현은 종이봉투 안의 녀석을 하나 더 꺼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