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퇴원수속을 마치고 드디어 퇴원한 에멧트는 기뻐보였다. 의사야, 좀 더 있는게 좋을 것같다고 했지만 에멧트는 빨리 집에 가고 싶어 나를 보채었다.
차에 올라탔다. 당연한 것이지만 조용했다. 보통이라면 재잘 거려주는 에멧트 탓에 라디오를 틀자고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요즈음은 이 조용함을 견디지 못하겠다. 에멧트가 옆에 있는데도 조용한 건 어딘가 씁쓸함이 올라온가. 적신호를 받은 때를 틈타 라디오를 틀었다. 노래가 흐르거나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멧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에멧트는 뭘 하고 있나, 하고 눈을 흘겼더니 창밖만 보고 있다. 입원중에도 몇번인가 외출하거나, 집에 들리거나 했을텐데. 아, 그리고보니 요즘은 차에 타면 잠을 자거나 창밖만 본다. 뭔가 말할 수 없어서 겠지. 또다시 적신호.
"점심은 뭘로 할까요."
대답은 없고 에멧트가 이쪽을 바라본다는 건 알겠다.
"외식으로 할까요?"
에멧트를 보자 별 반응없이 바라만 보고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네가 해주는 음식을 입에 대고 싶군요."
세차게 끄덕이는 에멧트. 그리고 이어서 받은 청신호때, 유턴을 해서 장을 보기로 한다.
예전엔-예전이라 표현하기엔 2개월도 되지 않았다. 에멧트 쪽에서 항상 말 걸어왔었고, 나는 거기에 대답만 하면 됐었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서 내가 말 걸지 않으면 에멧트는 침묵한다. 그 침묵이 정말 단순한 침묵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 그것들을 입안에서 다시 속으로 삼키는 거라 생각한다. 필요한 것만. 정말 필요한 것은 글로 쓰겠지만, 에멧트는 내 쪽에서 먼저 말걸어주길 원할 지도 모른다. 원하는 답을 알아주기를, 하고.
*
돌아온 집에 행복했는지, 에멧트는 자신의 방문부터 열고 잘 정돈된 침대에 다이빙했다. 파악-!하고 스프링이 날뛰는 소리가 들렸다. 어제 퇴원수속이 나고나서 청소해두길 잘했지. 병원에서는 포켓몬 금지, 이기 때문에 에멧트는 볼안에 있는 아이들과 재회하려 할 것이고 그 시간은 상당히 걸릴테이니, 몸을 내 방으로 옮겼다.
이어폰을 귀에다 꼽는다. 음악이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잭도 연결치 않는다. 에멧트가 조금이라도 좋으니 말을 할 수있다면 좋을텐데. 부드럽고 기운찬 목소리가 귀에 꽂힌다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한다. 인고,라고 내 사랑스러운 동생의 입에서 내 이름이 불려 나온다면 좋을텐데. 해서는 안될 생각일까. 가장 애타는 것은 에멧트 일텐데, 내가 고작 이름따위로 이렇게 아쉬워해도 되는 것일까.
목소리를 잃은 에멧트가, 곧이어 펑펑 울었던 것을 기억한다. 내 옷자락을 잡고 소리같지도 않은 쇳소리를 간간히 내며 눈물만 내었다. 설움에 목이 아파와서 컥컥거리기도 한 에멧트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그를 끌어안고 다독거렸다. 이후에 에멧트가 내 손에 'sorry, thanks you'라 썼었는데, 도대체 누구에게 말한 것이며 나에게 말한 것이라면 어째서 내가 그에게 사과받아야하는가... 사과할 것은 이쪽입니다, 에멧트.
"윽?"
볼 위로 부드러운 것이 닿아 눈을 뜬다. 감촉의 주인공은 당연하다는 듯이 에멧트였다. 밝게 웃어보이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다. 에멧트의 머리를 잡아 가슴팍에 포개어 쓰다듬는다. "흐웅." 다소 숨이 막힌 듯했지만 그런 것을 신경쓸 겨를따위 없었다. 우리의 생활은 앞으로 다소 변할 것이지만, 내가 그를 사랑하고 그가 나를 믿고 따라준다는 사실은 변함없지 않은가. 목소리가 아니라 자칫 목숨을 조여버릴 뻔했다는 걸 떠올리면 한없이 안타까워진다.
"에멧트……."
이름을 불려 고개를 빼꼼하고 내미는 동생의 이마에 입맞춤한다. 다음은 눈가, 다음은 콧잔등. 간지러운 듯이 몸을 베베꼬기 시작하는 에멧트의 허리를 꽉 조인다. 놓아주지 않을겁니다, 하고. 입술을 핥으면 에멧트가 조용히 입을 연다. 아마, 그가 말할 수 있다면 '인고,'하고 이름을 불렀을거고, 그 다음의 말은 필요없으니 지금과 같이 내 입술을 포개 막아버렸으리라. 간만에 가지는 평화로운 둘만의 시간. 기쁜듯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에멧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몇번이고, 몇번이고 입맞추면서 감정을 확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