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난감한 웃음을 띄우고 고개를 젓는 동생. 들고 있는 머그잔의 내용은 모닝커피가 아니라 유자였다.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에메트는 토스트를 입에 가져다댄다. 자세히 보니 입술도 터졌는지 한 부분만 새빨갛다. 걱정스럽지만 그렇다고 내색해봐야 되려 걱정살뿐이라서, 그의 앞의 의자에 앉아 동석한다. 에메트가 구워놓은 토스트 안에는 베이컨과 에그가 들어있다. 상당히 퍽퍽한 조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고, 내 분의 모닝커피도 준비되어 있었다.
이전이야 피가 나든 목에 자국이 남든 귀가 빨갛게 부어오르든 신경도 안쓰이던 것이 작은 흉터만 생겨도 마냥 애처로웠다. "으.." 한참 씹고 있던 토스트를 목으로 넘기며 상당히 아팠는지 에메트가 신음했다. 목에 유자를 넘기면서 진정하고 또 빵을 베어문다. 그리고 아파한다. 에멧트는, 격한 행위는 좋아하지만, 아픈 걸 좋아하는 건 아니다. 격하다는 것 자체도 어디까지나 애정의 확인이라는 것으로. 그 사실이야 예전부터 알았지만, 요즘은 더더욱. 아프다고 말하지않는 예전과 말할 수없는 지금은 확연히 달랐다.
2주 전부터 에멧트도 기어스테이션에 복귀하게 되었다. 배틀은 박수나 발구름 등으로 자신의 포켓몬과 짠 태그가 있는 모양이라서 예전보다 더 가혹하면 가혹했지, 쉽게 승리를 내주지는 않았다. 인사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무언으로 모자를 벗고 경건히 경례해 보였다. "잘 하고 있군요." 걱정했던 것과 달리 그는 트라우마도 없고 생활에 다소 불편은 있어도 직장생활도 나쁘지 않게 해내고 있었다. 다만 무리해서 2일이상 철야해버리면 목에서부터 열이 나는 둥, 본인의 체력문제가 아닌 몸이상이 일어나는 듯하다.
딱탁, 하고 에멧트가 나를 부르기 위해 식탁보 위의 유리를 손끝으로 친다. "무슨 일이죠?" 하고 물으니 손짓으로 원하는 것을 표현한다. 식탁위의 탁상용 캘린더의 10월 24일을 가르킨다. 오늘. 다음은 옷깃을 잡아당긴다. 옷. 욕실쪽을 가르킨다. 뭔진 잘 모르겠다, 라고 생각하고 보니 세탁기가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세탁물이 있으면 내놓고 가라는 거지요."
끄덕끄덕하고 웃어보이는 동생. 에멧트는 수화를 알고 있다. 목소리를 잃기전부터 기본적인 것은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간단한 대화라면 할 수있는 것같다. 다만 나나, 직장의 동료들이나 수화에 대해선 미지영역이고 여차하면 글을 쓰니까. 인고씨는 배워두는 게 좋지않아요? ,라고 들었지만 귀찮아서 그런 거 배우겠느냐, 이거다. 그 시간에 잠을 좀 더 자겠다.
에멧트의 목소리는 나와 다르다. 그야, 쌍둥이니 닮기야 굉장히 닮았겠지만서도 담배를 피고 낮은 목소리를 내는 나와 기운찬 목소리를 내는 그는 다르다. 에멧트의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과거의 사실이니 미화된 것이려니, 하기에는 에멧트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해왔다.
우습게도, 내가 그런 그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건 5월달이였고 이제 겨우 5개월정도 지났다. 그 날 그와 싸웠느냐면 그런 것도 아니고, 흡연실에서 담배나 물고 있었을 때 에멧트에게 일이 생겨서 구급차를 불렀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목을 졸라져서 숨이 멎을 뻔했다고. 어이가 없었다. 그 착하디 착한 동생의 다정한 말의 어디가 거슬려서 목을 쥐어짰다는 것인지. 당초, 그런 피해는 나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어이없게도 에멧트와 한 음성대화는 "오늘 저녁은 뭐가 좋아?" "어차피 네가 원하는대로 만들거 아닙니까." "앗, 그럼 햄버그로 해도 돼?" 였다. 이후 배틀 서브웨이 승차를 하신 에멧트에겐 그런 일이 일어났다. 생명에 지장이 없단 말을 듣고는 뭐 됐네, 하고 걱정치도 않았건만 일어난 에멧트가 입이나 뻐끔대고 옹알이나 해대길래 뭔가, 했더니 의사녀석은 이거에 관해서는 호전되기 어려울 거라고 했다. 처음 몇주간은 돌아올거라고 믿었다. 기어스테이션에서 일하고 있다가 에멧트의 급한 전화로, 인고!하고 불러주는 건 아닐까. 돌아가면 엉엉 울면서 말해대는 건 아닐까 하고. 전화라면 당장 집으로 돌아가서 에멧트를 껴안아주리라고, 울고 있으면 달래주면서 뭐가 먹고 싶은지 물어볼거라고 헛된 망상이나 하면서 말이다.
먼저 식사를 마친 에멧트는 이를 닦으러 세면실로 향했다.
에멧트의 목소리를 영영 못듣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배틀레코더나, 기록용영상에는 확실하게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라이브캐스터 안에도 존재한다. 시덥잖게 실수로 녹음한 그것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가 발견해서 틀어보았더니 그리운 동생의 목소리였다. 배틀 시의 당찬 목소리가 아니라, 내 앞에서 어리광부리는 목소리로 말이다. '인고, 나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에? 비행타입? 있어, 있는데.. 그런 거 말고 동생이 길을 잃었다면 좀 걱정해달란 말이야. 아, 진짜아.. 응. 집앞이야. 문열어줘.' 하는 소리. 요 3개월간 틈만 나면 들었더니 외우는 것도 어렵진 않았다.
목에 수건을 걸친 채로 나온 에멧트가 시계를 가르킨다. '서두르지 않으면 늦는단 말이야.' 하고 말하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듯함을 느끼면 먹고 있던 토스트를 대충 입에 구겨넣고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