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공기는 언제나 기분이 좋았고, 도원향 특유의 복숭아나무가 내뿜는 달콤한 숨은 코를 간지럽혔다. 도원향의 주인은 날아간 문짝을 벽에 대충 걸쳐두고는 또 언제나 그래왔듯이 나빠보이는 기색 하나 없는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띄우고 있었다. 그 상냥한 미소로 바라보는 것은 화분에 담긴 식물이었다. 이제야 떡잎이 시들고 본잎이 나오기 시작한 것인지. 바싹 마른 떡잎마저도 안쓰럽게 쓰다듬었다. 곧 그 떡잎은 완전히 식물에게서 분리된다. 떡잎은 곧 썩어 흔적도 보이지 않게 되고 흙의 양분이 되어 다시 저 식물 안으로 돌아갈 것이다.
"응. 무지 귀한 아이야. 흙에서 찾아낸 아이거든."
백택은 혹여나 화분이 놓아지는 소리에 잎이 놀라지나 않을까 조심스럽게 탁상 위에 올려두었다.
"잠깐 존재했던 아이거든. 순식간에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되었는데... 그 때 본 꽃이 너무 예뻤으니까."
그래서 억지를 좀 부렸어. 흙에게서 이 아이를 찾아내느라 고생했어.
"거기까지 할 수 있습니까."
"거기까지 할 수 있으니까 신인거야."
그것도 1억년 하고도 얼마나를 더 살았던 신이니 더는 할 말은 없었다. 세련된 것은 할 수 없더라도 신의로서의 본질적 힘으로 그를 넘을 이는 그리 몇 되지 않을 테다. 물론 일본에는 800만이나 신이 존재하니 말이다.
"그럼 당장 피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짓궂은 말을 했다.
"그건 곤란해."
백택은 눈을 감고 손을 뻗어 마치 여인네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듯 식물의 잎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그렇게 하면 자생력이 턱없이 부족해져서. 만약 내가 1년이라도 눈을 떼 버리면 금방 시들어 버릴 거야."
그건 무척 곤란해. 이 아이에게는 이제부터 새로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주길 바라거든. 처음엔 어려울 지도 몰라. 그 때와는 달리 현세의 토양의 질이 많이 달라졌어. 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 거야. 여전히 눈을 감고 그는 시를 읊조리듯 말했다. 사랑스러운 것을 쓰다듬던 손이 머리카락의─잎의 끝을 쓰다듬고는 허공을 날아 그의 허리께에 붙었다.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이 아이가 혼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지켜봐주려고."
이 아이도 언젠가는 훌쩍 커서 커다란 나무가 되고, 그렇게 화려하게 꽃을 필 수 있을 때가 올 거야. 내 손이 더이상 필요없게 되면 그 때는 그 증거로 꽃잎을 흩날려 주겠지. 그건 무척 아름다울거야. 그렇게 흩날린 꽃과 꽃가루는 이 아이가 또 아이를 가지게 해주는 거야. 이번에야 말로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흙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는 거지.
천국의 공기는 여전히 맑았고 도원향 특유의 복숭아 단내가 코를 찔러대면 알 수 없는 어지러움이 뇌를 잠식해 간다.
서서히 눈을 뜬 그가 나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것을 깨닫고 난 뒤는 너무 늦었던 것이다.
"백택씨."
응, 하고 매끈한 곡선을 그리는 입술이 참으로 얄미웠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다가가 그 고운 뺨으로 손을 뻗는다. 쓰다듬을 요량의 손이었지만 궤도를 비틀어 주먹을 내지르면 그는 또 반대쪽 벽에 처박혔다. "너, 임마!" 하고 아픈 머리를 손에 쥐고 언성을 높이면서 갸악갸악 시끄럽게 굴었다.
등을 돌렸다. 애꿎은 문짝이 '도대체 내게 왜 그러는가.' 하고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네가 거기에서 나의 사랑을 감히 방해하는 탓 아닙니까. 대답이 되었습니까? 문짝에게서 시선을 떼어 점포를 나가면 자신을 쫓던 시선은 자비롭게도 거둬졌다.
그런 배려는 더이상 필요없었다. 애당초 당신이 손을 거둔 순간 의미가 없어지는 것들 뿐이었다. 백택, 당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한 번이라도 더 시선을 마주하기 위해 숨을 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아이도, 도원향의 수 많은 복숭아 나무들도, 귀중히 키우는 약초들도, 그리고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