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디바를 만났을 때, 아아, 내 운명의 상대는 그녀구나….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끼고 그렇게 생각했다. 내 시간이란 건 다른 사람들 보다 느리지는 못할 망정 길게는 흐를 모양이었으므로 지금에 와서 그녀를 알게 된 것도 어쩌면 운명의 뜻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게 있어 운명의 상대 만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날 씻으면서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아마, 아마도 이쯤에 있었을텐데.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찾아보았지만 남아있질 않았다. 찾는 것은 이름이었다. 포기할 즘엔 허탈해져서 웃음만 나왔다. 100년이다. 일반 사람들보다야 오래 살기는 했다. 고개를 끄덕인다. 뭐였더라. 내 몸에도 분명 이름은 있었다. 뭐 여러가지 이유로 사라졌을 수야 있겠다. 숨겨진 부분이 아니었으니 상처가 나고 아무는 사이에 그 부위에 색소가 완전히 날아갔을 수도 있고…. 그냥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르며 사라졌을 수도 있고.
그럼 거기에 어떤 이름이 적혀 있는지 상기해내야만 했다.
그런데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디바라고 생각하면 될 것을 부정하고 자꾸 다른 이름을 찾으려고 했다. 거기서 나는 이미 디바가 내 운명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야 하였는데, 그러지는 못 했다.
떠오르질 않는다. 이런저런 일이 있으면서 노인네처럼 정말로 잊어버린 게다. 이렇게 중요한 걸. 사소하게 익혔던 마법은 이렇게나 잘도 떠오르는데, 정작 이게 이렇게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흐르면서 이름과 운명에 관해서는 잊어버렸다. 이제, 설령 디바가 점지어진 내 운명의 사랑이 아니라고 하더라고 내가 그녀에게서 운명을 느낀 건 고쳐말할 수 없는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