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줄 알았던 공방은 의외로 좁았고 얼마 전 내린 비의 냄새가 텁텁하게 공기를 감싸고 있었다. 쾌적한 환경은 아니었다. 섬세한 작업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곳이었다. 민감한 기계의 부품들이 금방이라도 파스스 녹슬어버릴 것같은 냄새도 났다.
"들어올 땐 노크라도 하지 그래."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좁다보니 그리 큰 소리가 아닐텐데도 귀에 짱짱하게 박히는 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참 좋아하는 목소리였다. 브라우닝은 "이것 참."하고 어깨를 으쓱이며 입구의 탁상에 중절모를 얹어놓고는 구두소리를 내며 좀 더 안으로 들어갔다.
"이 좁은 데서 일을 하고 있다고?"
떨어질 곳까지 떨어졌군, 타락했군. 등의 말을 더 붙일 셈이었지만 그런 악설이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아니, 이 정도만 말을 해도 사실 워켄이라면 뒷말도, 의미도 잘 알 것이다.
"내가 생떼를 쓴 거지. 그녀도 다른 이들에 비해 내게 많이 양보를 한 셈이야."
그녀는 인형을 말했다. 워켄 그가 만드는 섬세하고 고도의 기술이 담긴 사람의 형태의 오토마타가 아닌, 훨씬 초라하고 고전적인 기술로 만들 어진 인형을 말했다. 공방이 가지고 싶다고 말했을 때, 인형은 한참을 워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리고 똑같은 표정으로 찬찬히 자신의 성으로 시선을 옮기더니 고개를 끄덕였고 지하에 위치한 이곳을 내주었다.
"좀 더 써보는 건 어때?"
워켄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브라우닝도 그냥 해본 말이었고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정적이 일었다. 워켄이 다리를 움직여 선반 위에서 잔을 내왔다. 곧 포트에서 김이 나왔으며, 무늬없는 하얀 잔에 끓인 커피가 담겨졌다.
"미안하지만 설탕은 없군."
두 사람은 나무의자에 앉아 잔을 들었다. 음식을 놓을 만한 작은 테이블이 없었기에 의자를 나란히 하고 워켄이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손을 보던 어떤 파츠를 바라보고 있었다.
"뭘 하는 중이었지?" "그녀의 다리관절을 손 보고 있었어. 예비분을 넣어주었지만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 같군."
최근 탐색에 드는 시간과 소모하는 힘만 해도 상당한 지라 이곳 저곳이 자주 부서진다고 말을 했다.
"차라리 그녀에게 새 몸을 주면 어때. 그 까탈스러운 아가씨들 처럼 말이야."
워켄이 잔을 달그락거리며 가벼이 웃었다.
"그럴 수 있는 부품도, 기술도 이곳엔 없어."
물론 브라우닝도 농담이었다. 이런 쾌적치도 못한 퀘퀘묵은 공방에서 그런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설탕이 없는 커피는 쓰기보단 향긋했다.
"만약 말이야. 또 다른 엔지니어가, 오토마타에 대해 잘 아는 엔지니어가 몇 명 더 이곳을 찾게 된다면 어때. 즐거운 오토마타 라이프가 또 시작되는건가?"
우스갯소리였다. 그 시대를 살았던 브라우닝이기에 하하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방금의 발언으로 워켄은 브라우닝에게 묻고 싶은 것이 몇가지 생겼다. "오토마타 라이프라." 그러나 곧 물어도 되는가에 대한 의문도 생겼기에 그 이상 입을 떼진 않았다.
"어때? 나보다 빠른 인형도 만들 수 있는건가?" "물론이지. 다만 다리관절은 물론이고 전신의 부품이 마모되기 쉬울테니..."
브라우닝이 그저 던진 말에, 워켄은 흥미롭게 말을 흘렸다. 한참을 내뱉고, 고개를 살짝 돌렸을 때는 브라우닝이 워켄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을까, 싶었다. 사실 나란히 작업대 위의 만들다만 파츠를 본다는 건 자신만의 착각이었을 지도 모른다.
"달갑지 않은 시선이군." "자네 입이 신나게 달싹이는 걸 보는 건 달가운데 말이야."
또 필요치 않은 소리를. 한 소리를 더 늘어놓을까 하던 워켄은 받침대 위에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브라우닝이 잔을 겹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