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다시 잠들기 일쑤면서 아침시간만 되면 곧장 눈이 뜨였다. 그 덕에 옆을 바라보면 작은 포유류 동물처럼 몸을 말고 자고 있는 사내를 흔들어 깨울 수 있었다.
"일어나세요. 준비해야지 제 시간에 맞아요."
아직 깊이 잠들어 있거나 한 건 아닌지 조금 흔들었는데도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불에 더 달라붙었다.
"으응... 일어나기 싫어."
알아서 하라, 나는 모른다. 그렇게 말하고 나만 다시 편히 꿈으로 떠나고 싶지만 그랬다간 무서운 표정으로 척척, 크레아에게 내준 방이 어디냐고 묻고는 그 방으로 들어갔다가 주름하나 남지 않도록 메이드가 잘 정리해놓은 이불을 보고 씩씩 거리며 내 방에 올 게 뻔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크레아씨보다 먼저 침대에서 일어난다. 어두운 색의 커튼을 걷으면 아침의 색깔이 방안에 번졌다. 히으잉, 하고 묘한 소리를 내면서 이불을 머리 위로 끌어올리는 그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뭐 그것도 어쩔 수 없었다. 원래 그렇게까지 아침에 못 일어나는 사람은 아니다. 저질러 놓은 일이 있으니 나른함에 일어나질 못하는 것이다.
"크레아씨."
나름 뺀 목소리로 부를 생각이었지만 방금 깬 만큼 잠긴 목소리가 영 풀리질 않았다. 이불을 슬며시 걷어내고 그의 맨살을 손으로 더듬으며 그를 깨운다. 자꾸만 이불 속으로 파고 들려고 하는게 귀여웠지만 지금 그걸 귀엽다고만 생각해선 아니되었다. 일어나요, 좀.
"로스씨 오기 전에 한 번 더 씻고 아침도 먹어야죠."
"아, 우우, 으응... 시땅..."
잠에서 깨어나보려고 움직이는 듯하지만 여전히 눈을 뜰 수 없는지 인상만 찌푸렸다.
"도로 잠들지 말고요."
검은색으로 메슈를 넣은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이마에다 입을 맞추면 그제야 눈을 뜨지만, 그나마도 깜빡깜빡거리며 졸음을 어필하고 있었다.
"방금거 뭐야?"
"방금요?"
이따금 그는 무얼 묻는지 난처한 질문을 하곤 했는데 지금도 꼭 그랬다. 그러다가 내가 입을 맞춘 이마를 손으로 더듬거리고는 "한 번 더 해줘." 하고 헤, 웃어보인다.
"안돼요. 인사는 한번만 하는 거니까요. 방금건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아침인사예요."
내가 말하고 있지만 참 부끄럽고 메이드장 귀에라도 들린다면 죽고 싶어질 대사지만 어째 그리도 자연스럽게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렇게 말하니 그렇구나, 하고 크레아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파자마를 벗고 집사복으로 갈아입는다. 크레아씨는 그동안 하는 것없이 내가 옷을 갈아입는걸 빤히 쳐다보는데, 익숙하지 않을 적에는 그게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달랐다. 탈착의의 과정을 지켜보지 않고 그는 상체만 일으킨 채로 꾸벅꾸벅 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좀 더 자세히 지켜보면 조는 건 아니었다.
"뭐하고 있는건가요?"
"앞으로 한 달동안 못 보니까 이 애한테 잘 부탁한다고 30일분치 아침인사."
줄곧 쓰고 있는 노란 고양이인형이었다. 껴안고는 머리 부분에 자기 입술을 떨어트리는 게 그런 이유였다고. 감정이야 솟구치고 부끄러움을 떠나서 그건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장면일테지만 만성 저혈압인 나머지 감정의 고조가 딱 거기서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