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시절에는 밤이 되면 피곤해서 서로 잠들었고, 그마저도 모모는 집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많았다. 내가 아침에 약하다보니 나를 깨우는건 항상 모모의 몫이었고, 이건 지금도 그리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주 보지 못했냐면 그건 아니었다. 지친 그가 소파에 앉은 채로 잠이 들거나, 혹은 차량에서 잠깐 눈을 감거나, 또는 내가 낮동안 너무 느긋하게 군 탓에 밤에 잠에서 깨는 그런 일이 없진 않았기에.
소파나 차량에서 단잠을 자고 있는 그는, 가까이에서 들으면 항상 새근새근 귀여운 소리를 냈다. 피로에 젖은 모습이 안타깝다가도, 그 원인이 자신임을 자각할 때는 죄책감에 가슴이 따갑기도 하고. 그래도 나는 이렇게 자고 있는 모모를 보는 것이 좋았다. 상시 활발한 그의 입이 규칙적으로 숨을 내뱉을 뿐으로 무척 사랑스러웠다.
다만, 밤중에 깊이 잠든 모모는 달랐다. 동거 시절, 잠에서 깨면 제일 먼저 얼마되지 않는 거리에 깔린 이불 위에서 잠을 자는 모모를 찾았다. '오늘도 별일없이 돌아왔구나, 다행이다.' 처음은 그랬다. 다시 잠에 들지 못하고 있으면, 너무나도 조용한 탓에 문득 겁이 났다. 혹시 그가 죽어버린 것은 아닐까, 겁이 날 정도로 모모에게서는 숨소리가 들리지 않고, 고요했다. 모모가 누워 있는 곳으로 아주 가까이 다가가면 그제야 숨소리가 들렸고 안심했다. 그걸로 안심이 되지 않으면, 모모의 심장을 찾아 가슴께에 귀를 가까이 대어보곤 했다.
그 탓에 이따금 모모가 잠에서 깨어서는 "유키…?" 의아하게 나를 불렀다. 몇 번쯤 그러니 모모도 내가 그러는 이유를 알게 된것인지, 그렇게 깨어났을 땐 내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아주었다.
괜찮아, 사라지거나 하지 않아. 그리 말하는 최고의 위로였다.
Re:vale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빈곤한 생활에서도 어느정도 탈피해, 모모와 나는 각자의 집을 알아보게 되었다. 성인 남자 둘이 좁은 공간을 용케도 잘 써왔으니, 이대로 둘이 같이 사는 것도 좋지 않은지. 이야기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모모는 여러 핑계를 대며 각자 사는 것을 택했다. 여러 핑계 중에는 어이없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어서 반박이야 충분히 가능했지만 결국 '유키의 집에 놀러가고 싶다.'는 가장 어린 애같은 이유에 나는 두 손을 들었다.
스케줄로 바쁜 일상,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은 수면시간에 쫓기느라, 밤중에 깨는 일도 전무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랬는데, 최근에는 눈이 떠지곤 하는 것이다. 스케줄에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혼자 자는 것이 외로워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밤중에 잠이 깨고는 했다.
나는 내가 자연스럽게 내 옆에 있을 이부자리를 찾는 것에 놀랐다. 물론 나의 공간에서 나와 함께 잠든 이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휴대폰의 시계만을 확인하고는 도로 잠을 취하기 위해 다시금 이불을 끌어당겼다.
모모의 숨소리가 듣고 싶다. 모모의 심장소리가, 그 소리를 듣기 위해 가슴팍에 귀를 가져다대면 느껴지는 뜨거운 온기가. 그렇게 새벽에 깨버리면, 다소 외로운 편이었다.